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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밤낮이 바뀌어서인지, 잠이 도통 오지 않아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TV를 틀었다. 새벽인데 잠도 안오고 연락할 사람도 없으니 의지할 곳은 TV 하나 뿐이었으니까. 요즘들어 예능을 볼 일이 별로 없어서, 오랜만에 채널을 여러 곳 돌리다가 저번에 우연히 검색어에 본 프로그램 하나에서 시선이 멈췄다. '77억의 사랑'
기사를 보기 전까지만해도, 드라마 제목인줄로만 알았던 프로그램 이름이 알고보니 예능이었다. 전 세계 인구 77억 명을 대표하는 세계 가국의 청춘 남녀가 모여 진행되는 토론 프로그램으로, 국제 커플이 많아지는 요즘의 흐름에 맞는 프로그램. 예전에는 국제 커플이나 국제 결혼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어색했는데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게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와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국제커플들의 고민이나 사례를 통해서 이성에 관한 생각이나 연애 결혼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문화의 차이에 대입해 이야기하는 연애 토론 프로그램이다. 예전에 '비정상회담'과 꽤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내가 오늘 이 포스팅을 쓰게 만들었던 '헌팅턴 무도병'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써보려한다.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MC인 김희철이 '오늘은 결이 조금 다른 사연이네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내 시선이 집중되었고 무슨 이야기인지 집중하게 되었다. 한 국제 커플이 있는데, 남자친구가 희귀병에 걸려 본인과 헤어지려하기에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남자친구도 이 방송을 챙겨보기 때문에 함께 진지하게 답해달라는 사연이었다. '헌팅턴 무도병' 나도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다. 물론 당연히 여러 병의 이름을 알기 어렵겠지만, 프로그램 속 출연진들도 모두 생소한 눈치였다.
자막을 통해 알게된 헌팅턴 무도병은 희귀 유전병으로, 뇌 영역의 신경세포가 소설되는 병이다. 파킨슨, 알츠하이머, 루게릭과 같이 4대 뇌신경 질환 중 하나라고 한다. 헌팅턴병이 무서운 이유는 정상적으로 살았더 한 성인이 갑자기 맞닥드릴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3~40대의 성인이 되어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대부분 초반에는 과민성, 우울증, 무의식적인 움직임 정도로 시작되다가, 점차적으로 헌팅턴 '무도병'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나타난다.
무도. 말 그대로 춤추는 것과 같이,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빠르고 불규칙하며 갑작스럽게 몸이 움직이거나 수축과정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 헌팅턴병의 진행정도에 따라 점차적으로 걷기, 말하기 기본적인 부분들까지도 힘들어진다고 하니, 사실상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든 희귀병이다. 일반적으로 증상 발생 이후 15~20년 정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무려 환각, 치매와 같은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고 하니 너무나도 무서운 병이다. 게다가 유전적으로 자식에게도 이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50%나 된다고 한다.
이 커플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것은,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와 이 병으로 인해 헤어지고 싶어하고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의 병과 관계없이 함께 하고싶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이 병을 발견하게 된 놀라운 점은, 남자는 본래 자신의 유전적 병에 대해 몰랐다. 그 이유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인데, 여자친구와 함께 잘 지내던 와중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자신의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고, 그때서야 처음으로 자신의 유전병에 대해 말해주셨다고 한다. 건강검진을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여자친구에게 이 부분을 밝히고 건강검진을 다녀왔던 남자는, 우려 그대로 이러한 결과를 받게 됐던 것.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너무나도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커플에 대해, 패널들이 여자친구의 의견에 찬성하는지, 남자친구의 의견에 찬성하는 지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다. 비율로 따져보자면, 대충 7:3 정도로 여자의 편이 더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사실 어느 것이 답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 여기서 조셉이 자신은 유독 이 사연이 힘들고 공감된다고 했다. 놀랍게도 그 또한, 과거 자신의 여자친구와 자신의 희귀병으로 인해 헤어졌단 것. 사연과 같은 병은 아니지만, '유전성 강직성 하반신 마비'로 이 또한 유전적인 요인이 큰 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나도 슬펐고, 끝내 그의 말은 남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
하지만 나는 여기서 어떠한 편에 서서 의견을 내놓기 보다는, MC 유인나의 말에 참으로 공감했다. 이것은 여자의 정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 사람이 사귀다보면 어느순간 마음의 변화가 올 수도 있는데, 그러한 부분까지 감안하고 내가 이 사람을 사람으로서 지켜주고 평생을 함께해 줄 수 있을 자신이 있는 지. 그리고 이 사람의 이러한 부분이 좋아서 시작한 사랑인데 그것을 더이상 함께할 수 없을수도, 혹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내가 정말 괜찮은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성격이나 그 사람의 취향이 변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 부분을 다 생각해봤을 때 내가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결정해야할 부분이라고 말을 했을 때. 나 또한 정말 진중하게 끄덕일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이성적인 판단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사실 현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에 따라 게스트로 출연한 박성광이 한 말도 어느정도 공감이 갔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냥 짧게 사랑한다고 생각하라. 그 시간을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면 된다." 라는 말. 그래, 사랑의 끝과 기한이 어디에 있는가. 지금 내가 이 사람이 없으면 안되고 불행하고 힘들다면, 그 사랑이 맞는 것일 수도. 이것은 어떠한 답도 없다. 반면에, 신동엽의 말대로 미래의 자식과 남녀의 가족과도 연관된 문제이니, 남자의 미안함에서 나오는 괴로움과 주변인들에 대한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여서 다른 패널들의 사연까지 추가적으로 들었을 때 눈물이 나오지않을 수가 없었다.
단순한 예능으로 받아들였던 프로그램에서 이런저런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살면서 누구나 힘든 순간이 찾아올테지만,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먼저 보내야한다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디 이러한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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